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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만으로 뇌 신경 켜고 끈다"... 초소형 양방향 제어 장치 개발
뇌의 특정 신경 회로를 온도 변화만으로 켜고 끌 수 있는 초소형 장치가 개발됐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조일주 교수 연구팀은 하나의 장치로 냉각과 가열을 모두 구현하면서 신경 신호까지 동시에 기록할 수 있는 소형 열 신경 조절 시스템을 개발하고, 쥐 실험으로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했다. 이번 연구는 기존 전기 자극 장치처럼 신경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만 작동하는 한계를 넘어, 억제와 활성화를 하나의 장치로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장치의 핵심은 전류를 흘리면 한쪽이 차가워지고 반대쪽이 뜨거워지는 '펠티에 효과'를 활용한 열 소자다. 전류 방향을 바꾸면 냉각과 가열을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열 소자를 32개의 미세 전극이 달린 얇은 탐침(길이 6㎜, 두께 0.19㎜)과 하나로 통합했다. 전체 크기는 약 1㎤, 무게는 2.1g으로 매우 작다. 탐침을 특수 튜브로 감싸 열이 주변 뇌 조직으로 퍼지지 않고 탐침 끝부분에만 집중되도록 설계했다.
쥐의 청반핵(각성과 자율신경 조절에 관여하는 뇌간 부위)에 이 장치를 삽입해 실험한 결과, 냉각 시 신경 세포 활동이 최대 80% 억제됐고, 가열 시에는 기준값 대비 303% 이상 활성화됐다. 온도 변화가 클수록 효과도 커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특히 냉각 시에는 동공이 수축되고 가열 시에는 동공이 확장되는 행동 변화가 신경 활동 변화와 동시에 나타나, 뇌 조절이 실제 신체 반응으로 이어진다는 것도 확인했다. 자극을 멈추면 신경 활동과 동공 크기 모두 정상으로 돌아왔고 뇌 조직 손상도 없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신경을 억제하거나 활성화하는 두 가지 방향의 조절을 하나의 장치로 동시에 구현하면서, 신경 신호 기록까지 통합한 초소형 플랫폼을 처음으로 실현했다는 점이다. 기존 전기 자극 장치는 신경을 켜는 방향으로만 작동하고, 광유전학 방법은 유전자를 미리 변형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 장치는 유전자 조작 없이 온도만으로 신경을 끄거나 켤 수 있어 적용 범위가 훨씬 넓다. 연구팀은 향후 파킨슨병 등 운동 신경 질환 동물 모델에 적용해 치료 가능성을 검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의 교신저자인 조일주 교수는 "이 장치는 뇌의 특정 부위를 정밀하고 가역적으로 조절하면서 신경 활동을 실시간으로 기록할 수 있다"며 "신경 회로의 역할을 규명하는 기초 연구뿐 아니라 신경·퇴행성 질환 치료를 위한 새로운 접근법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miniaturized bidirectional thermal stimulation system integrated with an electrode array for recording neural activities: 신경 활동 기록을 위한 전극 배열과 통합된 초소형 양방향 열 자극 시스템)는 2026년 5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게재됐다.